2018년 12월에 개봉한 스릴러 도어락은 원룸에 혼자사는 평범한 직장인 경민(공효진)과 그녀의 원룸에 몰래 숨어든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인 경민의 답답한 행동들에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황을 더 극한으로 끌고가서 시청자에게 강한 스릴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나마 마음이 좀더 편안하다. 영화를 보고나서 실제로 누군가 우리집 혹은 원룸에 침입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침입 방법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기로 하였다.
도어락, 2018 (출처: 네이버영화)
· 도어락, 비밀번호 해킹 가능할까?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집 밖에 나왔을 때 도어락의 덮개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장면에서 자세히보면 노출된 번호키 위에 여자의 지문이 보인다. 여주인공인 경민은 그걸 단순히 옷으로 닦아내고 비밀번호를 바꾸지만 사실 이 부분에서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게 더 안전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영화에서 나온 장면이 실제로 비밀번호 해킹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비밀번호 해킹이 가능하다.
National Geographic Korea, 2015
해킹 수법은 지문가루하고 자외선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람의 손에는 소량의 기름이 묻어있고 도어락을 열다보면 그 기름이 번호키에 묻기 마련이다. 문제는 자신이 설정한 비밀번호만 누르다보면 기름이 일정 번호키 위에만 묻게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손 기름은 휘발성도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위에 프림가루 같은 고운 분말가루를 뿌려주면 쉽게 달라붙는다. 만약 분말가루가 충분히 잘 달라붙어서 육안으로 번호키를 인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보통은 그러기 힘들기 때문에 앞에서 말하는 지문가루로는 주로 자외선에 반응하는 형광가루를 사용한다. 그 가루를 적당히 붓에 묻혀서 도어락 번호키 위에 바르고 나서 단파장 자외선을 쐬어주면 형광가루가 많이 묻은 곳을 눈으로 식별할 수 있다.
지문가루하고 특정 조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두개 모두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만 해킹 방법이 간단한 만큼 해킹을 방지하는 방법 또한 간단하다. 위의 방법으로는 평소에 누르는 번호키만 알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번호로 길게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위의 방법으로 해킹이 힘들다. 즉 '1987'과 같이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19872319'와 같이 길면서 다양한 숫자를 사용하고 또 그 와중에 같은 숫자를 또 사용해주면 된다.
· 도어락, 문틈 사이로 열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문틈 사이로 얇은 철사를 넣어 안쪽 열림키를 작동시킴으로써 도어락을 여는 장면이 나왔다. 실제로 이와 같은 방법은 이미 예전에 범죄에 활용된 바가 있다. 바로 유리로 되어있는 사무실 문 사이의 틈에 철사를 밀어넣어 반대쪽에 위치한 출입 스위치를 건드리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은 문틈에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영화와 같이 가정집 현관문 틈새를 파고들어서 문을 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JTBC News, 2016
하지만 가정집에는 철사가 아니라 노끈이 사용된 사례가 있다. 바로 긴 노끈을 문 위로 들어가서 문 아래로 나오게 비집어 넣는 것이다. 말만 들으면 어려워 보이지만 문 위 꼭지점에 노끈 한쪽을 걸치고 힘을 주면 안으로 들어가고 문 아래쪽 꼭지점에서도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 노끈을 문 안쪽에 걸칠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위와 아래로 삐져나온 끈을 잡아당기면서 안에 위치한 노끈으로 안쪽 도어락의 열림 스위치를 누른다. 이 방법도 실제로 사용되었었는데 경찰에서 재연을 하였을 때 매우 쉽게 문을 열 수 있었다.
KNN News, 2014
철사와 같은 경우에는 요즘 현관문이나 사무실 문틈이 예전같이 넓게 되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집 문이 구식이 아니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노끈을 이용한 방법과 같이 거의 없는 문틈조차 파고드는 방법이 문제이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열림 스위치가 움푹 파인곳에 위치한 도어락을 사용하거나 강하게 눌러야 작동하는 스위치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중국에서 이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스위치 덮개가 있는 도어락을 판매했었다고 한다. 외부에서 특정 번호키를 누르면 안쪽 스위치의 작동을 정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도어락도 있다고 하지만 잘 사용되지 않는 것 같다. 만약 안쪽 도어락 아래와 위에 다른 잠금장치가 설치되 있다면 스위치를 누르기가 힘드니 여러개의 잠금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되겠다.
· 클로로포름, 바로 기절시킬 수 있을까?
위에서는 도어락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여주인공이 잠들었을 때 클로로포름을 적신 헝겊으로 코를 막아 기절시키는 것 또한 나오기에 그것에 대해서도 다루어보기로 하였다. 클로로포름은 예전부터 수많은 범죄 영화에서 상대방을 순식간에 기절시키기 위해 자주 사용되왔다. 물론 실제로 그것을 의학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의사들은 주로 마취에 디에틸에테르를 사용한다.) 왜냐하면 그 독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클로로포름을 소량 흡입하면 어지러우면서 기절하지만 다량 흡입하면 신경계, 간, 신장에 손상을 입히고 호흡을 곤란하게 만들며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클로로포름도 순식간에 상대를 기절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보통 의식을 잃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분이 필요하다고 한다.
Chloroform by Danny, 2012
이 영화에서는 현실에서 사용될 법한 것들을 잘 다루었다고 생각이 된다. 다만 영화인만큼 현실과 다르게 과장이 많이 섞여있을 뿐이다. 실제로 위와 같은 사례는 빈번한 사례도 아니고 요즘에는 안전장치의 발달로 더 일어나기 힘들어졌다. 영화를 보신 다음에 이 글을 보신 분들을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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