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 그렇지 않아서이다.
(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
- 마크 트웨인 -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이다. 이 영화는 <머니볼>, <블라인드 사이드> 등의 작가로 유명한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 소설 "빅 숏"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어려운 경제 용어가 많이 등장하며, 그 용어를 설명해주는 특별 인물이 출연하는 것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한 가지 재미 요소이다. 하지만 시대 배경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이는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영화이기에,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보기 전에 몇 가지 경제 용어에 대해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아래에서 그 시대 배경을 간단히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서브프라임(Subprime)은 은행의 고객 분류 등급 중 비우량 대출자를 뜻하며 모기지(Mortgage)는 주택담보대출을 뜻한다. 즉 "비우량 대출자의 주택담보대출"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의 대출 관련된 등급을 이해해보도록 하자. 가장 높은 등급인 <프라임(Prime)>, 그리고 프라임보다는 못하지만 돈을 갚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등급, 그리고 마지막으로 돈을 떼먹을 가능성이 높은 <서브프라임(Subprime)>등급이다. 아래 등급으로 갈수록 파산 위험이 커지고 그와 동시에 높은 이율을 적용받게 된다.
1. 사건의 시작
사건의 시작을 설명하기 위해 2001년으로 가도록 하자, 2001년에 대부분 투자자들은 안전하면서 수익이 보장된 <미국 국채>에 돈을 투자하여 수익을 얻고 있었다. (국채: 정부의 사업 집행이나 자금조달은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 투자하면 나라에서 지정한 이자를 기준으로 수익을 보장함) 하지만,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금융정책기구)는 저금리 정책을 펼쳐서 투자자들을 국채에서 떠나가게 만들고 그 투자자들은 새로운 수익처를 찾아 떠나게 된다.
2. 새로운 투자처
연준의 저금리 정책으로 인하여 새로운 저위험 고소득 투자처를 찾아 나서는 전 세계 투자자들, 그 목적지는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이었다. CDO는 파생상품의 하나로, 여러 사람의 주택담보대출을 모아서 만든 증권이었다. 즉 CDO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은행은 일반인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일반인이 대출금을 갚으면 그 돈이 은행에게, 그리고 CDO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흘러가게 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그 당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위에서 말한 <프라임(Prime)>등급의 대출이 주를 이루었고, 따라서 90%이상의 채무자들이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아 나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파생상품인 CDO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약 40%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기에 정말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 수 없었다.
3. 문제의 시작
2003년경이 되자, 이미 <프라임(Prime)>등급의 대출자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즉, 모기지를 쓰고 있었다. 은행은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 계속 새로운 CDO를 새로운 투자자에게 주어야 하는데 그 대상으로 <서브프라임(Subprime)>등급까지 대출을 해주게 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은행이 그럼 CDO를 발행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할 수 있는데, 이미 전 세계의 자금이 CDO에 몰려드는 이상 은행은 그들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기 위해 계속해서 CDO를 발급해야만 했고 그것이 대출 기준을 완화하게 된 이유였던 것이다. - 그 당시 대출 기준 완화는 고객의 재산 목록을 조사하지 않는 정도까지 갔다.)
이에 더하여 중국 등의 개발도상국 조차도 CDO에 몰려드는 바람에 대출 기준을 미친 듯이 완화하게 된 미국 은행들, 그 기준은 NINA(No Income, No Asset)이었다. 즉 수익도, 재산도 없어도 신청만하면 돈을 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처음에 <프라임(Prime)>을 대상으로 한 대출 조건이 VIVA(Verified Income, Verified Assets)인 것에 비하면 천지차이인 것이다. 그렇다고 은행이 미쳤을까? 아니다. 은행은 미국의 주택시장 붐으로 인해 집 값이 상승하고, 그 오른 집 값이 담보 가치보다 높기 때문에 돈을 실컷 빌려준 것이다.
4. 파생상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에도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그럭저럭 대출금을 갚아 나갔다. (프라임 고객보다는 못하지만 당시 60-80%는 돈을 갚아 나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에 발행된 CDO를 기반으로 또 다른 CDO'가 발행되고 그 CDO'를 기반으로 새로운 CDO''가 발행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왜 파생상품에 또 파생상품이 생겼을까? 생각해보라. 수익률이 40%에 달하는 CDO를 살 때 언제나 투자자들은 자신이 구매할 수 있는 수량보다 더 많은 수량을 구매하고 싶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기에 또 다른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파생상품 CDO'를 만들기에 이른다.
5. 폭탄이 터지다.
2006년, 미국의 집 값은 최고조에 다다르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아무에게나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있기에 사람들은 집을 사려고 몰려들었고, 그로 인해 집 값이 상승, 그에 따른 은행 CDO의 양적인 증가, 또다시 대출자의 증가와 집 값 상승이 반복된 결과이다. 실제로 비싸진 집을 팔아서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계속해서 집을 사려고 몰려드는 사람들 덕분에, 어느덧 집 값은 최고조에 다다르게 되었다. 갑자기 어느 순간 사람들은 생각하였다. "집 값이 말도 안 되게 높은데? 빨리 팔아야겠다" 모든 사람들이 집을 팔려고 몰려들고, 그에 필연적으로 거품이 빠지면서 집 값이 폭락하게 된다.
즉, 집을 늦게 팔려고 나온 사람은, 자신의 대출금보다 낮아진 집 값을 마주할 수 있었으며, 파산위기에 처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대출자 중에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CDO또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전 세계의 돈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놀란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돈을 다 빼기 시작하고, 대부분의 자산을 CDO로 투자한 투자은행 혹은 금융기관은 망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리먼 브라더스(당시 미국의 4대 거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고 미국에 의존하고 있던 수많은 나라가 돈을 잃으면서 세계적인 불황이 시작된 것이다.
6. 그래서 빅쇼트는?
빅쇼트의 주인공은 총 4명의 금융인으로 투자은행이 홍보하는 CDO의 부실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미국 부동산 시장의 폭락에 돈을 걸어 거액의 자금을 챙긴다. 한국에 유사한 영화로 <국가부도의 날>이 있는데, <빅쇼트>와는 달리 등장하는 인물들을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나누어 관객들에게 분노를 터뜨리게 하는 영화이다. 물론 그 당시 한국의 새대 배경을 잘 보여주었지만 너무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닐까.. 반면에 <빅쇼트>는 당시 시대의 근본적 원인을 파헤치고 관객의 비판적인 생각을 유도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이다. 내용은 쉽지 않지만 경제에 관심이 간다면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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