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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서평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상상하지 못한 반전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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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가 2011년에 출간한 장편소설로, 그 해 최고 소설을 가려내는 영국의 문학상 맨부커(Man Booker)상을 수상하였다. 이 소설은 표지 전체가 반전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할 만큼 결말이 중요하지만, 스포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내용은 되도록 삼가하겠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 소설은 반전 줄거리로 큰 호평을 받아왔기에 맨 처음 결말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과연 반전이 맞을까(내가 예상하지 못할까) 반신반의 하며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전이 맞다. 정말 반전이다. 보통 ‘반전’이라는 말은 독자가 예상하던 것과 다를 때 사용하는데, 필자는 예상할 수 있는 거 조차 없어 ‘엥?’하는 마음으로 쭉 읽다가 마지막 10쪽 정도 남겨 두고 초초초 집중을 해서 읽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1. 총평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주인공 토니가 회고하며 이끄는 내용이다 보니 토니의 1인칭 시점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정확한 기억을 되살리며 말하기보다 얼추 그런 것 같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서술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내용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토니의 생각과 감정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토니가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인물들의 태도를 독자 역시 전혀 알 수가 없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충격적인 결말을 모두 알고 난 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었을 때에는 과연 이 책이 영국의 맨부커상을 받을 만큼 어렵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임을 알게 되었다. ‘기억’의 속성에 대한 주제의식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소설; 주제에 대한 독자의 자발적인 고찰을 유도하는 소설; 인물 간 관계/사건을 넘어 큰 주제를 중심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소설이었다.

 

 

 

 

2. ‘예감’과 ‘기억’의 의미

 


 1)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소설 속에선 주인공 토니가 어떤 것을 어떻게 예감했는지 전혀 힌트를 주지 않는다. 사실 나도 결말까지 모두 알고 나서야 그게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토니가 예감을 한 적이 있다면, 그 예감은 1부의 토니, 즉 어린 시절의 토니가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감과 사실의 일치 여부는 아마도 2부의 토니, 즉 현재의 토니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소설의 제목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어린 시절 그는 결말을 예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소설의 결말을 안 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읽었음에도, 토니에 최대한 이입해서 그의 기억이 나의 기억이라고 생각했음에도 거기에선 전혀 예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소설의 제목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일까?


 사람들 중에는 종종 좋은 일을 내 덕으로, 나쁜 일을 남 탓으로 돌리는 자들과 반대로 좋은 일을 운으로, 나쁜 일을 내 탓으로 돌리는 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전자에 가깝다. 좋은 일이 우연히 일어나면 ‘행운’이 찾아왔다고 표현하지만, 나쁜 일이 우연히 일어나면 ‘머피의 법칙’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논리적인 상관관계는 없지만 어찌 되었든 그 법칙을 알고도 피하지 못한 나 스스로를 탓하는 것이다. 아마 소설이 내세우고 있는 토니는 나와 같은 전자의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내가 던진 돌이 아니더라도, 내가 걷다가 우연히 신발에 치인 돌에 개구리가 맞았다면 그것이 자신의 탓으로 돌아가는 사람. 전혀 예감하지 않았지만 결과를 보고 예감했었어야 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가지는 사람. 그런 죄의식을 가진 게 바로 토니 아니었을까?

 

2) ‘기억’의 불완전함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소설 초반과 후반에 걸쳐 계속해서 등장하는 문장이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사는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속성으로 이루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확신이 되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의 불완전함이 확신으로 바뀌어 가는 것처럼 사실 기억 또한 점차적으로 왜곡되기 마련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1부의 토니는 항상 나레이션 끝에 ‘내 기억에 따르면’이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실제로 2부까지 모두 읽은 독자라면 1부에 서술된 토니의 기억이 모두 사실이 아님은 알 수 있다. 객관적인 사건에 대해서뿐만이 아니라, 주변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주관적인 감정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스스로의 기억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우리가 특정 기억을 설명하면서 실제와는 완전히 무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토니는 어린 시절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과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기억이 사실과 다른 것도, 타인에 대한 평가가 그 타인의 실체와 다른 것도, 심지어는 타인이 한 행동에 대한 기억이 사실에 기반하더라도 그 행동과 전혀 상관 없는 결과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결국에는 기억이 가진 불완전한 속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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