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에 개봉한 영화 <동주>는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았던 시인 윤동주(강하늘)와 그의 사촌 형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송몽규(박정민)의 일대기를 다룬다. 영화는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교과서에서 봐오던 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그의 삶과 연결 지음으로써 인간 윤동주와 송몽규가 일제에 어떻게 항거했으며, 지식인으로서 독립을 위해 어떻게 투쟁했는지를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윤동주와 송몽규는 광복 직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불과 광복이 되기 몇 달이 채 안 남은 시점이었기에 그 죽음은 더욱이 안타까웠는데, 그 뒤에는 일제의 생체실험이 있었다는 비화가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 몇몇 장면에서도 비춰지는 일제의 생체 실험과 관련하여 당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 731 부대의 마루타 생체 실험(1932 - 1945)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벌어진 생체 실험을 알아보기에 앞서 당시 일제에서 벌인 생체 실험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731 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가 설립한 육군 부대이다. 731 부대는 본래 예방의학 차원에서 전염병균을 연구하는 기관이었으나, 이시이 시로가 731 부대의 부대장으로 취임하면서 각종 화학 무기를 개발하고 인간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는 부대로 변모하였다.
암호명 ‘마루타(통나무)’는 수천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당연히 조선인이 포함되어 있다) 마취 없이 팔다리를 절단하고 장기를 제거하며 식도와 장을 연결하는 등의 무자비한 생체 실험을 시행했다. 질병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는 비상식적인 명목 하에서 말이다. 이 외에도 각종 고문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목을 매달고, 굶기고, 극저온의 물을 부어 동상에 걸리게 하는 등 인간이라면 상상도 못 할 ‘실험’을 이어갔다.
· 후쿠오카 형무소에서의 정체 모를 주사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영화에도 등장한 생체 실험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설을 살펴보도록 하자. 영화 후반 수감 중인 윤동주의 얼굴을 보면 점점 눈이 풀리고 넋이 나가 보인다. 영화에서 주 3회 모든 수감자들이 맞는다고 표현된 이 주사는 당시 일제에서 시행하던 생체 실험의 일부라는 설이 있다.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일본 군인을 위해 혈액 대체제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약 1800명이 그 주사를 맞고 사망했기 때문에 주사의 존재는 명백한 사실이다. 주사의 성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바닷물 생리식염수를 주입하여 이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해본 실험이라는 설이 가장 강력하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식민지 현실에 대한 애통함과 해방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바탕으로 일제에 저항했던 당대 지식인이다. 비록 방법은 다를지라도 그들은 각각 문학과 무력을 통해 투쟁했고, 그 결과 ‘치안유지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혔다. 끝까지 무자비한 일제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 광복을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오랫동안 우리나라 교과서에 남을 만큼, 한 영화의 모티브가 될 만큼 이들은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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